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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범석 국립재활원 원장
“장애인들에게 희망주는 기관 되는 것이 가장 중요”
기사입력: 2018/01/09 [10:11]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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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우리나라 재활의 메카인 국립재활원 제20대 원장에 오른 이범석 원장. 특유의 스타일을 반영한 독특한 취임식부터 화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이 원장이 신입사원으로 국립재활원에 첫발을 디딘 이후 22년동안 오로지 국립재활원에만 몸담아온 ‘국립재활원 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질문을 던지려니 먼저 ‘북한산’ 이야기부터 인터뷰를 풀어갔다. 대담·정리= 김병용 대표기자  사진= 박영주 기자

국립재활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저 뒤에 보이는 산이 멋있지요? 저 산이 북한산인데 옛날 이름은 ‘삼각산’이었습니다. 병자호란 후 김상헌이 청나라로 끌려가면서 고국산천을 그리워하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라는 시조를 읊었는데 그 시조에 나오는 산이 바로 저기 보이는 세 봉우리입니다.

삼각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국립재활원이 그만큼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은 곳에 위치한 기관이라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 입니다. 재활원 뒷길이 바로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장애인과 가족들이 매우 만족해합니다.

국립재활원은 장애인 재활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가중앙재활전문기관입니다. 보건복지부 소속 기관이라서 저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보건복지부 공무원입니다. 1986년 개원했으니까 올해로 32년이 되었습니다. 재활병원은 300병상 규모이고, 재활연구소, 건강증진센터, 교육센터 등이 있습니다.

국립재활원에 22년간 근무하시다가 최근 국립재활원 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취임식을 특별하게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제가 전문의를 마치고 육군대위로 군의관 생활을 했습니다. 제대 후 처음 찾은 직장이 바로 이곳 국립재활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의 젊음과 애정을 모두 바친 곳이 이곳 국립재활원이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취임을 하였는데, 딱딱한 취임사가 싫어서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취임사를 했습니다. 직원들이 듣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취임식 이후 만나는 직원들이 모두 취임사를 기억하고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취임사의 내용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자에 나오는 내용을 이야기로 풀어갔습니다. 우리 국립재활원 직원들은 남들과 경쟁하면서 무의미하게 애벌레 기둥을 오르려는 애벌레와 같은 삶을 살지 말고, 나비로 변화하여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의 존재를 애벌레가 아닌 나비라고 깨닫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국립재활원도 애벌레처럼 다른 기관과 경쟁하는 것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립기관으로 다른 기관의 모델이 되는 기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습니다. 

가끔씩 휠체어를 타고 회진을 도신다고 들었는데요.
한 달에 한두 번 휠체어를 타고 회진을 돕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이지요. 이 회진을 환자들이 ‘눈높이 회진’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회진을 돌면 새로 입원한 환자들은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회진을 돌면 제 마음에 휠체어를 탄 환자들의 마음이 더 실감나게 느껴지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환자나 보호자분들도 눈높이를 맞추어주어 고맙다고 말씀하시지요. 

국립재활원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이끌어 나갈 계획이신지요?
국립재활원의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우리 원의 사명으로 떠오르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장애인을 건강하게, 장애인을 행복하게’라는 문구입니다.

앞으로 국립재활원의 모든 방향성과 의사결정은 ‘이것이 장애인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가?’라는 질문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한 가지 욕심이 더 있다면 저는 퇴임할 때 ‘소통을 위해 노력한 원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국립재활원이 조직이 커지고 직원이 많아지면서 서로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부서간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서로 자주 만나고 의사소통하면서 신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매월 전체 직원들 중에서 그 달에 생일인 사람들을 모아서 생월자 파티를 ‘보석인의 날’ 행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같이 모여서 다과를 나누고, 서로 소개하고, 행운권도 추첨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있는데, 직원들의 좋아합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직원분들과도 소통을 위한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환경미화를 담당하시는 분들과 같이 ‘보석인의 날’ 행사를 했습니다.

부서간의 장벽을 허물고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하여 각과의 주무, 계장님들 모임을 만들어서 활발히 모이고 있습니다. 첫날 모임에서 토론을 통하여 모임 이름을 소화주(소통으로 화합하는 주무관모임)로 지었고, 부서 간에 재미있게 소통하고 신나게 근무하는 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국립재활병원이 국내 최대, 최고의 재활병원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국립재활병원은 국내 최대, 최고의 전문 재활병원이고 재활의학과 전문의 수련기관입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12명을 포함하여 22명의 진료과장, 90명의 간호사 등 200여명이 병원에 근무합니다.

너무 자랑하는 것 같지만, 국립재활병원이 재활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재활로봇치료, 성재활 클리닉, 방광종합검진, 앉은 자세 클리닉, 운전재활 클리닉, 주간재활센터 등 다른 민간재활병원에서 시행하지 못하는 다양한 모델이 되는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보조기기사업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국립재활원에 설치된 ‘중앙보조기기센터’에서는 보조기기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지역보조기기센터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조기기 품질관리사업’에서는 보조기기의 품질 향상을 위하여 품질시험연구, 교부품목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장구실에서는 보조기를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활병원과 관련하여 가장 보람으로 여기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재활병원이 거의 없어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긴 시간 입원 대기를 해야 했고, 입원해도 충분한 재활치료를 못 받고 단기간에 퇴원해야 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4년 국립재활원에 재활병원이 세워졌고,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국립재활원의 성공을 모델로 삼아서 전국에 권역재활병원, 산재재활병원, 교통재활병원 등의 설립되어,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전문적인 재활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최근에 건립된 건강증진센터(나래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나래관(건강증진센터) 가보셨지요? 넓은 체육관과 다양한 재활체육 시설과 장비가 갖추어져서 장애인분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다양한 스포츠 체험활동을 통해서 장애를 입고 나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분들이 다시 용기를 찾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평창올림픽 후에도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열리는데, 휠체어를 타거나 장애를 입은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국립재활원에서 훈련받은 장애인들 중에서도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장애로 인해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당당하게 멋있게 사는 분들입니다. 국립재활원의 건강증진센터를 통해서 이런 분들이 점점 더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재활스포츠는 장애인의 인생을 바꿉니다!’


운영중인 국립재활연구소에 대해서 소개해 주십시오.
연구소에서는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을 연구하는 ‘재활표준연구과’, 임상적인 연구를 하는 ‘임상재활연구과’, 로봇과 보조기술을 연구하는 ‘재활보조기술연구과’가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병원의 우수한 의료진과 연구소의 우수한 연구자들이 서로 융합하여 꼭 필요한 연구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재활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요 사업으로 ‘로봇중개연구사업’과 ‘재활로봇보급사업’이 있습니다. ‘중개연구사업’을 통해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로봇을 의사들이 판단하여 제안하면, 공학자들이 이를 기초로 로봇을 개발합니다. 개발된 로봇은 다시 의사들의 임상연구를 통하여 유효성을 검증하고, 상용화되어 시장에 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우수하게 제작된 국내의 로봇을 ‘보급사업’을 통하여 병원에 보급하여 평가하고 제품을 개선하고 유효성을 논문으로 검증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국내 로봇의 판매가 가능한 길이 열리고, 수출까지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립재활원의 이런 두 가지 사업을 통하여 우리나라 재활로봇의 생태계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하는데요,

그 동안은 우수한 제품을 연구를 통해서 개발하는 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이런 로봇이 실제로 상용화되고 판매되어 장애인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국립재활원이 시행중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중, 장애발생예방교육과 운전교육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아무리 재활치료를 잘해준다고 해도 한 사람의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것만은 못할 것입니다. 장애발생예방교육은 국립재활원이 자랑할 만한 교육사업입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강사가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하여 교육을 진행하며, 자신이 어떤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었는지, 장애가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조심하여 장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교육효과가 아주 뛰어납니다.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운전교육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교육입니다. 국립재활원에 오실 수 있는 분들에게 우리 원에서 교육을 실시하지만, 지역적으로 멀어서 오지 못하는 장애인분들에게도 교육을 실시합니다.

아무리 먼 지역이라도 국립재활원에 신청하면 국립재활원의 운전강사가 특수차량과 함께 그 지역으로 내려가서 4, 5일간 교육을 시켜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진행되어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의 감사 편지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협력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시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국립재활원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재활분야 협력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몽골, 우즈베키스탄, 콜롬비아에서 팀 연수를 다녀갔고, 그 외에도 태국, 이집트 등 수많은 나라에서 방문하여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장애인들이 많이 있어서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말고 지구촌에 있는 많은 장애인들을 도와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아서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장애인 재활분야의 발전에는 외국의 원조와 교육훈련 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는 그 빚을 갚을 때가 된 것입니다.

국립재활원 직원들이 팀을 만들어 네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가서 재활관련 전문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저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국립재활원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더욱 준비해서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최중증 척수환자인 A학생입니다. 중학교 때 경추를 다쳐서 척수신경마비로 목 이하로 전혀 움직일 수 없던 환자입니다. 가정형편상 수녀원에서 돌보아주고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국립재활원에서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고 나서 턱으로 조절하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이마에 스티커를 부착하여 무선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A학생과 친하게 지내면서 매년 우리 집에 초청하여 식사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피나는 노력으로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재수, 삼수를 거쳐서 드디어 명문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A학생의 노력과 수녀원의 지원도 중요하였으며, 특별히 첨단 장치의 전동휠체어와 컴퓨터 보조장치가 어떻게 최중증 사지마비 환자를 다시 학업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A학생의 사례가 많은 최중증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추진하시고 싶은 계획은?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되어 국립재활원에서 추진하고 싶은 것은 첫째, ‘인공지능이 기능을 가진 대화로봇 개발’입니다. 이러한 로봇은 언어능력이나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분들의 재활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특히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을 통해 심리상담 기능을 보강하면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상담과 위로의 기능이 가능할 것입니다.

둘째, ‘환자 이송과 관리를 돕는 돌봄 재활로봇’입니다. 앞으로 노령화와 장애인구 증가로 간병인력 및 간호인력의 부족상태가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투약, 체온측정, 야간 안전 감시 등 간단한 간호업무를 대신해주고, 환자를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시켜주거나 소대변 관리를 해주는 간병업무를 맡을 돌봄 로봇의 필요가 절실합니다.

셋째, ‘먼 지역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3D 프린팅 보조기 제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보조기 제작 전문가들이 부족하여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지 못합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저개발 국가들의 상황은 더 열악합니다.

각 나라 지역의 센터에 3D프린터를 설치하고, 환자의 손이나 발 모양을 스캔해서 국립재활원 중앙보조기기센터로 보냅니다. 그러면 국립재활원에서 전문가가 보조기를 디자인한 후, 각 지역 센터에서 3D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등 심한 장애를 입고 나면 환자나 가족 모두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앞이 캄캄해지고 ‘이런 몸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라며 좌절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조금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지만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여 밝고 행복하게 사는 장애인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에게 남겨진 장애는 마음에 받아들이고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아 용감히 사회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보조기와 특수휠체어, 로봇, 그리고 첨단 기기들이 여러분들의 사회복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해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른 선진국의 장애인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습니다.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 국립재활원이 최상의 재활치료와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해서 옆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용기를 가지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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